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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문제적 고전살롱 : 가족기담

by 딸기찡 2022. 3.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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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우리나라에 전해 내려오는 구전설화나 소설을 분석하여 당시 여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성역할에 대해 적나라하게 파헤친다. 흥부전, 옹고집전 등 동화책에서 아름다운 이야기로 포장된 이야기가 사실은 가슴 아픈 이야기일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교훈적인 이야기지만 현실적으로 분석하면 서글픈 여성 수난사가 숨겨져 있다. 이 책을 읽으며 고전 설화 속 흥미로운 세계로 떠나보자.
기득권을 보호하려는 강한 욕망은 오랜시간 남성의 유전자에 새겨져 있는 것이다. 남성이 세상의 중심이 되어 돌아가는 것이 순리처럼 느껴졌기에 여성들은 찍소리 하지 않고 목숨을 부지하려고 숨죽여 살았을 것이다. 그 안에서 일어나는 여성들만의 리그를 다룬 이 책의 내용은 음란하고 살벌하게 다가온다. 궁중암투를 그린 드라마나 지독한 시어머니에게 잘못 걸린 며느리의 이야기는 저리가라 할 정도다.
 
이 책에 의하면 사회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무의식적인 문화적 습성을 아비투스라고 하는데 그 문화적 습성이 폭력이 될 때가 있다고 한다. 그걸 '상징폭력' 이라고 하는데 생명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지만 여성에게 자살을 강요하는 문화를 비판이나 저항없이 동의하고 수용하는 것도 상징폭력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겠다. 현대사회에서 성에 대한 인식이 조선시대 보다는 높아졌다고 하지만 아직도 우리를 둘러싼 아비투스에 고통받는 사람들이 있다. 성 역할에 의하여 누군가의 생명을 함부로 가치매긴다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고전 살롱안에서 일어나는 무식하고 미개한 문화가 현대사회 안에도 스며들어 고통받는 이들을 만드는 것 같아 안타깝다.
흥미진진하게 전개되는 이야기를 읽으며 인간, 특히 여성과 남성의 성 본능과 사회적 역할의 연관성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책이다.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애정, 성, 투기 등의 주제를 흥미롭게 다뤘다. 저자는 남성이지만 이야기 속의 분통터지는 여성의 마음을 대변해주는 듯 흐름이 매끄럽게 전개된다. 특히 홍길동전에서는 읽는 이와 함께 홍길동을 욕해줄 정도이니, 작은 위로감조차 느껴졌달까. 아비를 아비라 부르지 못하는 불쌍한 홍길동이 왜 욕을 먹는지 궁금하다면 일독을 권한다. 재미있는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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