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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서평] 백석 시 모음집

by 딸기찡 2022. 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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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흑백사진으로만 남아버린, 초가집 굴뚝에서 연기가 올라오고 아궁이에 가마솥 밥을 지을때 나던 내음이나 외양간에서 울어대는 소와 돼지들.

처마에 매달린 메주덩이들과 곶감, 화롯불 속에서 붉게 달구어져 있던 인두, 대청마루 아래 놓아져 있던 맷돌 한 쌍.

겨울엔 얼음덩이를 깨뜨리고 빙어를 다라이로 건져 올려 상추쌈을 싸먹거나 개구리를 잡아 석쇠에 굽던 모습, 주전자 가득 들어 있던 막걸리를 마시며 밤새도록 아버지들의 손에 뱉어진 침으로 꼬아지던 새끼줄. 그리고 솜씨 좋은 작은아버지의 손에서 탄생한 짚신과 망태기. 그 망태기를 들고 산딸기를 따러 가던 날.

사랑채 안에 말라가던 고추더미와 한쪽 구석에 자리한 홍두깨.

 

이 책 안에 실려 있는 백석의 시를 읽다보면 문득 할머니네 초가집의 풍광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구수한 언어로 풀이된 당시의 삶이 백석시인의 손에 의해 시로 탄생했다.

 

백석의 본명은 백기행으로 1912년 평북에서 출생하여 일본에서 공부하고 조선일보 출판부에서 근무하며 시를 썼다. 해방 후 고향인 평북 정주로 돌아가 문학활동을 하다가 북한 문화계의 반대로 창작활동을 중단하고 1996년 사망했다고 한다.

백석시인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들었다. 그리고 문학 수업 시간에 빠지지 않고 등장한 월북시인이었지만 내가 처음 그의 시를 접한 것은 이 책을 통해서다. 곧 현대시인 수업을 듣게 된다면 그에 대한 깊은 통찰과 이해가 가능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좀 더 그를 알고 이 책을 접했더라면 싶은 아쉬움도 남는다. 그 이유는 이 책은 대부분 영문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시 부분만이 한글과 겸해서 함께 실려 있기 때문이다. 책을 받아 들고 적잖이 놀랐다. 백석시인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는 부분은 모두 영문이다. 외국인 친구에게 선물해 주고 싶은 책이다.

 

백석시인의 감성은 여성적인 섬세함이 느껴진다. 타인이나 동식물을 보며 그 감정에 동조하고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자신에 대한 슬픔이 느껴진다. 시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한 시인으로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극대화한 시인이라고 할 수 있다.

짙은 푸른색으로 투박하게 그려진 그림이 시의 맛을 더욱 풍부하게 만든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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