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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은 어린시절부터의 필독서였다. 하지만 너무 어려워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가 성인이 되어서야 읽었다. 소설의 이미지는 뭔가 음습하고 신비로운 느낌이었다. 사춘기 소년이 자신의 내면을 탈피해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린 소설이다. 그렇다고 성장소설이라고 보기엔 좀 무겁다. 이 책의 시대배경은 유럽의 과도기이다. 산업혁명과 세계대전이 일어나던 그 혼란스러운 시대의 이야기이다. 헤르만 헤세는 그런 시절을 몸소 살아온 인물이다. 그래서 자신의 방황기를 소설로 쓰고 싶었던 건지도 모른다.
싱클레어라는 남자의 1인칭 시점으로 소설은 시작된다. 부모님과 누나들 사이에 둘러싸여 부유한 어린시절을 보내는 주인공은 자신의 내면에 휘몰아치는 무언가를 스스로 인식하게 된다. 자신이 남들과는 좀 다르다는 느낌을 갖게 되면서 방황은 시작된다. 어처구니 없는 거짓말을 시작하면서 그의 삶은 나락으로 떨어진다. 그러다 만나게 된 데미안은 그에게 그 어떤 신성한 존재와 견줄수 없을 정도로 성스러운 무언가가 된다. 우연과도 같은 필연을 시작으로 싱클레어의 삶은 데미안에게 매료되고 사이비 종교에 빠지듯 그에게 빠져들게 된다.
사춘기 남성의 욕망과 알수 없는 미래로의 불안감이 소설을 전체적으로 어둡게 만든다. 그리고 산업혁명으로 인해 조직화되고 비인간화된 세계에서의 탈피를 꿈꾸는 듯 하다. 그 세계의 흐름에 순응하지 못하는 청춘들의 고민을 다룬 것 같기도 하다. 사춘기, 어린시절을 탈피해 어른이 되는 과정의 혼란스러움을 미시적으로 표현했다. 흔히 어린 시절에서 어른이 되어 가는 과정을 알을 깨고 나오는 새에 비유하는데 이 소설에서 상징적으로 쓰였다.
모모북스에서 펴낸 데미안은 기존의 데미안과 다른 느낌이다. 현대적인 일러스트가 들어가서 좀 더 편하게 다가갈 수 있는 느낌이다. 밝은 느낌, 산뜻한 남녀의 사랑을 다룬 것 같아 보이는 표지가 그 무거움을 상쇄시킨다. 표지만이 아니고 중간중간 삽입된 일러스트가 긴장감을 완화시킨다. 깊은 내면의 심연을 다룬듯 한 소설이 일러스트를 통해 가볍게 생각하면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데미안이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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