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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서평] 안개사냥

by 딸기찡 2022. 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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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이 5편이 실려있다. 이 소설의 작가인 박문구 작가는 강원도의 탄광이나 바닷가에 대한 소설을 자주 쓰기에 책이 나오면 눈여겨 보곤 했다. 그의 책에는 강원도의 모습이 아름답게 담겨 있다. 강원도 바다는 나의 고향이기도 하기에 이 소설 속에 나온 어촌의 풍경이 가깝게 느껴졌다. 외지인에게는 가서 살아보고 싶은 풍경일 것이다. 잔잔할 때만 바다를 찾아 써핑을 하고, 연인과 바닷가를 마주한 카페에서 데이트를 하곤 하면 찬 겨울 바다의 천둥같은 파도따위는 알지 못한다. 새벽 어촌의 바쁘고 거친 환경도 알지 못할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바다의 아름답고 낭만적인 풍경과 대조되는, 어촌 삶의 치열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 안에는 땀흘려 일하는 이들의 모습과 가공되지 않은 자연의 모습을 담았다. 물고기를 건져 올리거나 쌀을 도정하는 일.

궁핍한 환경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으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있고 이혼한 부모 밑에서 동생을 지키려는 형의 발악도 있다. 조용한 어촌 마을에 도시여자가 시집와 집안이 풍비박산 나는 이야기도 있다. 현대 도시의 세련됨과 거리가 한참이나 멀다. 다섯편 중 반 이상에 강원도의 모습이 담겨 있다. 하지만 부산이나 광명의 이야기가 있어도 세련된 도시 풍경과 거리가 먼 자연친화적인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다섯가지 소설 중 구덕포 가는 길을 특히 인상깊게 읽었다.

이혼한 부모 밑에서 살아가는 형제의 이야기다. 형인 성호는 도시로 일찍이 나가버렸고 남겨진 동생은 집안일을 도우며 초등학교를 다녔다. 형은 편의점에서 일하며 학비를 대다가 동생에게 핸드폰을 해 주려고 돈 40만원을 주머니에 넣고 집을 찾는다. 평소라면 30분 걸릴 거리를 걷고 또 걷고, 비를 만나 평소보다 배가 걸려 겨우 도착했지만 집을 찾지 못했다는 이야기이다.

가는 동안의 짙은 안개의 느낌, 파도가 부딧히는 모습, 나무데크에서 향기가 퍼져 나올 것만 같은 느낌이 생생했다. 부산의 유명한 산책길이었지만 늦은 밤에는 후레시 불에 의지해야 하기에 길을 잘못 찾을 법도 하지만 결국 다시 든 길에서도 고향집을 찾지 못했다는 부분에서 아쉽기도 했고, 매우 큰 여운이 남았다.

 

우리의 삶이 현실적으로 그려진 와중 자연 풍광의 실감나는 묘사가 더해져 다소 부정적 소설속 현실 앞에서도 숨막히기 보다는 조용히 관조할 수 있는 여유를 준다.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소설집이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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