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 사토루는 건축 디자이너이다. 일찍 홀로된 그의 어머니는 그를 홀몸으로 키워냈다. 나이 서른이 넘은 사토루는 여자에게 관심이 없었고 모든게 디지털화 된 시대에서 아날로그 적인 삶을 추구하고 있었다. 건축모형을 3D로 작업하지 않고 도화지나 스티로폼으로 직접 만들어내는 식이었다. 그의 그런 삶의 방식은 연애에도 적용 되었다. 어느 목요일 밤 우연히 피아노라는 카페에서 미유키라는 미인을 만난 그는 그녀에게 푹 빠진다. 남들과는 다르게 품위 있으면서도 속세의 때가 묻지 않은 그녀에게 쉽게 폰번호를 물어보지 못한 채 매주 목요일마다 우연을 가장한 만남을 갖기로 한다. 세번 이상 마주치지 못하면 이별인 것으로 생각하자던 그녀의 말에 사토루를 몸을 혹사시키며 업무를 강행하고 목요일 저녁마다 그녀를 만나러 간다.
그렇게 시작되는 연애이야기이다.
사토루라는 주인공 남자가 추구하는 삶의 방식답게 그의 주변엔 의리 있으면서도 투박한 친구 두 사람이 곁을 지킨다. 막말을 하며 사토루의 연애를 돕는 건지 방해하는 건지 헷갈릴 정도지만 결국 사토루가 힘들거나 즐거운 일이 있을 땐 늘 곁을 지킨다. 마지막 결말을 해피엔딩으로 이끌어 가는 데에도 이 친구들의 활약이 빛을 발한다.
요즘은 인터넷으로 사람을 만나 문자로 고백하고 이별하는 시대다보니 이런 80년대 감성의 소설을 읽는다는 게 다소 지루하고 답답하기도 했지만 오래전 누군가와 편지를 주고받으며 답장을 기다리던 시절의 설렘을 떠올릴 수 있어서 좋았다.
이 책을 선택한 가장 중요한 이유는 이 책의 저자가 '기타노 다케시'이기 때문이다. 그가 쓴 연애소설이라기에 무슨 내용인지 궁금해서 꼭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의 영화를 보면 아기자기함과는 거리가 있다고 느껴지기에 그가 쓴 연애소설은 어떤 느낌일지 궁금했다. 아궁이같이 은근하면서 격정적으로 불타오르는 것이 역시 그의 소설답다고 해야 할까.
표지에 써 져 있는 것 같이 ‘무색소 저염식’이라는 말처럼 MSG따윈 찾아보기 힘든 순애소설이다. 스낵컬쳐에 지나치게 빠져있어 뭐든 쉽고 빠른 세상 속에 순수함에 목마른 사람이라면 이 소설을 추천한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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