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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서평] 안녕, 평양

by 딸기찡 2022. 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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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우리가 통일이 된 후의 세상에 대해 진지하게 한번쯤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내용이 결코 가볍지 않다.

 

얼마전 남북회담이 성공적으로 치러지면서 전 국민이 눈시울을 붉힌 적이 있었다. 한동안 희망적인 뉴스로 가득했다. 열차가 러시아까지 직행한다거나, 끊어진 고속도로를 이어 북한까지 여행을 할 수 있게 된다거나, 평양 옥류관 냉면을 먹으러 자가용을 끌고 한 시간여 만에 갈 수 있다거나 하는 이야기 말이다. 과연 통일은 잘 진행되고 있는 걸까?

이런 소설집이 나온 걸 보면 그닥 부정적이진 않은 것 같다. 시대가 많이 변했다. 가보지 못한 평양과 북한에 대한 이야기가 쏟아져 나오는 것을 보면, 한때 빨갱이라고, 간첩이라고 외치며 반공교육 하던 그 시절이 무색하다.

 

이 책의 소설들 중 가장 기억에 많이 남는 내용이 대해 이야기 해 보겠다. <!--[endif]-->

<세상에 그런 곳은>은 우리의 현실을 그렸다. 어떻게 해도 결국 일용직 노동자 신분을 벗어날 수 없는 현시대 가장의 모습과 권력욕만 남은 아버지 부대 노인들과 북한에서 내려와 겉도는 젊은 탈북자의 이야기가 서로 맞물리며 전개된다. 누구 하나 희망을 가지지 못하고 사회 비주류처럼 살아간다. 누군가 짜 놓은 틀 안에서 서로가 서로를 헐뜯으며 이 세상은 돌아간다.

<매달리다>는 과거 우리 시대의 희생양에 대한 이야기다. 군부독재시절 간첩 이야기이다. 건실한 한 가정의 가장이 하루 아침에 간첩으로 몰려 주변 사람들의 외면과, 아내의 이혼요구, 아직 말도 못하는 아들과의 생이별을 당하며 결국 인간의 존엄성을 잃게 되는 것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는 잡혀가고 두 달 만에 모진 고문을 이기고 빛을 보지만 이미 전국을 떠들썩하게 한 간첩이 된 후였다. 산 사람을 하루 아침에 사회적 시체를 만들어버리던 그 암울했던 시절의 이야기다. 이미 많은 매체를 통해 알고 있었지만 결국 이런 이야기를 접하면서 드는 생각은 세상이 바뀌어도 결국 개인은 바뀌지 않는다는 것. 읽어버린 세월은 돌려받을 수 없으며, 진심어린 사과조차 받을 수 없다. 보상금을 받아봐야 막걸리 한잔 같이 걸치며 한 많은 설움 함께 나눌 사람 하나 주변에 남아있지 않고, 한 인간의 인생과 가족을 철저하게 망가뜨리고도 그저 시대를 원망하라 할 뿐이다. 극중 그 가족은 결국 해체되고 찢어져버린다.

 

이 책을 읽으며 먹먹한 현실을 다시 느끼며 암담하기도 했다. 지금도 우리 현실이 답답하고 힘든 와중에 만약 통일이 되어 북한인들까지 겹쳐 더욱 어지러워지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 민족이었지만 다른 체제에서 살다온 그들은 외국인 같이 느껴질 것 같다. 이 책에도 그런 내용이 종종 등장한다. 뜨거운 형제애를 느끼기 이전에 서로의 이익관계를 먼저 따지게 되는 내용 말이다.

어쨌든 이 책을 읽고 진짜 통일이 된 후의 삶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 보게 되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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