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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그림 속 여자가 말하다

by 딸기찡 2022. 3.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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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은 어떤 시대든 동양에 비해 성적으로 개방되어 있고 여성들도 신여성이라는 느낌이었는데 이 책을 통해 중세 여성들이 인간취급을 받지 못하고 문맹으로 집안에만 틀어박혀 평생을 지냈음을 알 수 있었다. 심지어 치장을 하거나 몸매를 드러내는 일도 불가능 했다고 했다. 결혼이라도 하려면 비싼 지참금이 필요했기에 결혼도 맘대로 할 수 없었다. 지참금을 마련하지 못한 여성들은 수녀원에 가거나 매춘부가 되는 길을 택하기도 했다는게 놀라운 사실이었다. 합법적으로 몸매를 드러내고 자유를 누리려면 매춘부가 되어야 했고, 튀거나 똑똑한 여성들은 마녀로 몰리기도 했다.
 
그런 와중에 베로니카라는 매춘부의 이야기는 흥미로왔다. 노래나 시를 짓는데 재능이 있었던 아름다운 매춘부인 베로니카는 마녀사냥이 횡행할 때 의심을 받고 재판을 받다가 풀려난 후 고아와 여성들을 도왔다고 한다. 매춘부일때는 같은 여성들로부터 손가락질을 당하던 여성이 시대가 바뀐 후 오히려 그 능력으로 어려운 이들을 도왔다고 하니 진정한 신여성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런 사실들이 베로니카를 그린 그림을 통해 지금도 현대에 전해지고 있다.
아이를 둘이나 낳고도 왕비의 자리에 오를 수 없었던 앙리 4세의 여인 가브리엘 데스트레의 비극적인 운명도 여러 그림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아르테미시아는 아버지에게 한낱 재산 취급받으며 성폭행을 당했지만 범인은 제대로 된 법적 처벌도 받지 않았다. 아르테미시아는 남성에 대한 증오와 혐오를 그림에 담았다. 자신을 유디트와 동일시 했는지도 모른다. 여성에 대한 상해가 재산훼손 정도로 여겨지던 시절, 그 결핍이 만들어낸 여성의 초상화 속에 담긴 이야기가 흥미롭다. 결국 지금의 현대사회가 되기까지 겪어야 할 혼란한 시기였을 것이다.
그림의 주제가 된 여성들의 비극 만큼, 에로틱한 그림을 그린 화가 본인의 비극도 실려있다. 마네와 모네, 고흐, 고갱, 구스타프 등 유명한 화가의 일화를 통해 그들의 그림을 감상하는 것도 빼 놓을 수 없는 재미다. 우리가 흔히 접한 유명한 화가와 그 작품에 이어지는 그림들, 그림을 그린 화가의 생각과 상황, 그림속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재미있게 어우러지며 중세 서양 사람들의 삶과 에로티시즘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미술관을 한바퀴 돌아나온 것 같은 느낌이 든다. 2020년 우수출판콘텐츠로 선정작 [그림 속 여자를 말하다]를 읽으며 단풍잎이 지는 가을, 명화 속 숨겨진 여자들의 이야기를 감상하며 가을향기에 젖어보는 건 어떨까.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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