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단, 이름만 들어도 딱딱하게 느껴진다. 신춘문예나 순문학으로 대변되는 문단.
심오하고 어렵게 느껴지지만 한국 역사에 가까운 삶을 살아온 이들이 세상의 이치와 풍경을 글로 써 내려가던 한국 문단. 그 안에서 꽃피운 작품은 우리에게 아직까지 읽히고 있다. 위대한 작품이 탄생한 그 배경 속에서 과연 사랑이나 낭만이 없었을까?
이 책은 한국 문학사 안에 널리 알려질 정도로 위대한 작품을 남긴 작가들의 사랑과 스캔들에 대해 다룬 책이다. 이상, 김우진, 나혜석, 모윤숙.
문학을 좋아하지 않는 이들도 이 네 사람의 이름을 들어 보았을 것이다. 그들의 작품을 보지 않았어도 카더라 통신으로 그들의 추문이나 삶에 대한 이야기는 널리 알려져 있다. 이 책에서는 그들이 왜 그런 격정적인 삶과 사랑, 불륜으로 괴로워해야 했는지 이해할 수 있게 해 준다.
나는 이 네 사람 중 나혜석에게 관심이 많았다. 사회적으로 여성들의 지위가 올라갈 무렵 떠올린 이름이 나혜석이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그녀는 나에게 조선 가부장제의 희생양일 뿐이었다. 상승하려는 여성을 찍어 누르려고 으르렁 거리던 승냥이 떼에게 처참하게 물려 죽은 한 마리 양일 뿐이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그 당시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김우영과 재미없는 결혼생활에 염증을 느껴 최린의 유혹을 이겨내지 못한 여자. 여기까지는 현대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는 불륜 이야기였다. 당시에는 이것도 허용되기 힘들었겠지만. 하지만 나혜석은 여기서 그친 게 아니라 당시 계간지에 이혼고백장 등 자신이 타락하고 이혼당하기 까지의 과정을 낱낱이 고했다. 그로인해 김우영의 미움을 받게 되고 가족들에게 버려져 홀로 행랑인이 되어 굶어 죽었다. 현대에서도 이해하기 힘든 일을 근대시대에 행했다는 점에서 이슈가 될 만 했다. 끝은 아름답지 못했지만 정녕 시대를 앞서간 여자라고 할 수 있다.
모윤숙의 이야기도 흥미로왔다. 그녀의 삶은 정치인의 삶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현대였다면 정치적으로 높은 자리에 오를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네 사람의 스캔들로 근대 한국문단은 들썩였을 것이다. 지금은 그들의 숭고한 작품만이 사람들 사이에 회자되지만 그들의 뜨거웠던 열정과 운명에 관심이 많다면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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