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장을 넘기며 먹먹하게 목이 막혀왔다. 이 책에 소개된 주인공 박기수의 삶이 너무 기구해서. 아니 그의 어머니 이숙희의 삶이 더 기구하다고 해야할까?
이 소설은 우리 대한민국 근대의 한페이지를 그대로 옮겨두었다.
광주민주화 운동, 파독 간호사와 광부의 이야기, 88올림픽과 간첩과 관련된 이야기들이 다채롭게 펼쳐지며 독재정부의 전횡에 대해서도 고발한다.
이 책을 읽으며 영화 '국제시장'이 떠올랐다.
주인공 박기수는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어머니를 어머니라 부르지 못하는 운명을 타고났다. 80년대 격동의 시대를 보내며 기수는 대한민국의 민낯을 그대로 현실로 받아들이고 살아간다. 기수의 외삼촌과 아버지의 욕 섞인 대화가 당시의 상황을 생생하게 재현했다.
이 책은 내가 모르고 있던 우리 대한민국 근대의 그림자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파독광부와 간호사로 만난 기수의 부모는 열심히 일해서 대한민국의 발전에 기여함과 동시에 가족들을 먹여살릴 돈을 송금하는 가장들이었다. 그들은 행복으로의 길을 3개월을 남기고 안타까운 사고로 헤어진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기수를 낳는다. 동시에 또 다른 간호사나 파독 광부의 이야기가 펼쳐지며 당시 그들의 삶을 엿볼 수 있었다.
우민화 정책으로 인한 사회혼란은 한국으로 돌아온 그들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버린다.
나라가 살아야 국민이 산다고 여기던 시절이었다. 그들은 숨이 막히는 고통과 외로움 속에서도 사명감을 가지고 기꺼이 일에 임하지만(사실 파독을 가는 조건도 까다롭다) 힘들게 일을 마치고 돌아온 우리나라는 혼란스럽기 그지없다.
툭하면 성금모금을 했고, 잡혀가서 죽을까봐 그 누구도 정부의 잘못을 지적할 수 없었다.
잘 알지 못하던 파독 광부와 간호사에 대해서 다시 감사함을 느끼게 해 주는 소설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세상은 너무도 빠르게 흘러간다. 그 와중에도 우리가 절대 잊어서는 안되는 절대적인 가치가 있다. 요즘 그런 가치를 되새기고자 하는 미디어 매체나 책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
이 책은 우리의 과거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왜 우리가 조국을 사랑해야 하는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정체성에 대해 차분히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한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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