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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서평] 이 밤과 서쪽으로

by 딸기찡 2022. 1.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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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단순히 여성비행사가 아프리카를 비행기로 횡단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녀가 어린시절 아버지와 함께 아프리카로 이주해서 살아온 모든 시간에 대한 기록이다. 처음 시작은 여성비행사인 그녀가 죽어가는 폐병환자를 위해 산소통을 가지고 비행하는 내용에서 시작한다. 동료의 실종소식을 듣고 그 비행기를 찾아 비행하다 우여곡절 끝에 동료를 구해내는 이야기에서 시작해서 그녀의 어린시절로 들어간다.

 

  사자에게 물린 에피소드에서 자신이 잡아 먹힐뻔 한 상황에 처했었음에도 사자를 가둬두는게 응당한가에 대해 고민한다. 비행사로서 숙명을 받아들이는 철학자적인 태도가 있었기에 가능한 결과가 아닌가 싶다. 자신을 잡아먹으려는 사자를 용서하는 게 어디 가능한 일인가? 나라면 사자 주인이 사자를 바로 죽여주길 바랬을거다. 저자가 얼마나 자연을 사랑하는지, 자연스레 사는 모든 생명의 나름의 삶을 오롯이 인정하는 태도를 가졌는지에 대해 잘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저자는 아프리카에 살며 아버지로부터 자연의 모든 것을 존중하라고 배웠기에 아프리카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고 그렇기에 이렇게 훌륭한 글을 남길 수 있었던게 아닐까 싶다.

  무라니들과 함께 사냥을 나가서 사자를 만나고 맷돼지를 잡는 일도 평범한 여자아이라면 해내기 힘든 일이 아닐까? 여리한 백인 소녀라고 무시하지 않은 아프리카 전사들의 모습에서 세속적인 가치관과 거리가 먼 그네들의 삶의 모습을 이해할 수 있었다.

  아프리카의 광활한 벌판을 흙먼지 일으키며 함께 말을 달리는 것 같은 착각에 빠져들 정도로 몰입도가 깊은 이 에세이는 한편의 장대한 대서사시를 읽는 기분이었다. 아프리카는 다양한 종족이 그 비밀스러움을 간직하던 나라이지만 지금은 많은게 드러나고 종족들도 모습을 감추었다. 이 에세이의 배경이 되는 때까지만해도 하늘이 보이지 않는 빽빽한 숲에 톱질로 벌목을 하며 아프리카의 종족들과 서로 친분있게 지내던 시절이라서 그런지 백인과 흑인들이 동료애를 다지며 물건을 물물교환 하며 살아가는 모습이 다른세상 이야기 처럼 다가온다. 전쟁과 근대화는 이 에세이의 중간 지점에 바위를 던진 듯 파문을 일으킨다.

  나는 한때 허황되게도 여성 비행기 조종사의 꿈을 꾼 적이 있었다. 근래에도 항공학교를 나와 비행사가 되는 여성은 흔치 않다. 헌데 1900년대에 여성비행사의 이야기는 서구 선진문물의 최고수준을 보여주는 예 아닌가? 그런 여자의 삶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펼칠 것을 권한다. 이 여자는 아프리카에서 사자에게 물리거나 맷돼지를 잡고 수많은 동료의 죽음을 보았지만 결코 물러섬이 없는, 아프리카 부족민에게도 전사로 인정받아 멧돼지 사냥을 따라나가던 여성이다.
  이 책과 비슷한 느낌으로 생텍쥐페리의 에세이 '내 안에 살해된 어린 모차르트가 있다' 가 있다. 그는 우리가 익히 아는 '어린왕자'의 작가이기 이전에 우편물 수송기의 조종사였는데 그 책에서는 동료의 죽음과 광활한 자연을 마주하는 비행기조종사로서 느낄 수 있는 농익은 외로움을 잘 전달했다.
  두 책이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조종사이자 작가가 쓴 에세이라는 점에서 이 책을 읽고 광활하고 정제되지 않은 야생의 자연을 접하는 느낌이 좋았다면 '어린왕자' 저자의 에세이도 권해본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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